2019 레드 어워드 '주목할 만한 광장'부문 선정의 변
오늘의 자본주의
자본주의는 우습다. 모든 차이를 말소한 ‘체’ 화폐 따위로 모든 것이 교환 가능하다고 믿도록 동일화의 폭력을 가하는 것도 우습고, 그래서 인간은 결국 돈이라거나 인적 자원쯤으로 여기게 하는 것도 정말로 우습다. 그래, 차라리 우습다고 하자. 자본주의는 우스꽝스럽고 비루한 것이며, 한낱 조롱의 대상 정도인 것이다. 이런 태도가 정치경제학 비판이라는 거대한 담론이나 진보주의자들이 자처하고 싶은 것처럼 자본주의의 심장에 비수를 꽂을 일은 없겠지만 울림은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울림은 비수가 아니더라도 파도를 만들어 자본주의를 덮어버릴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에게 필요한 태도는 거악이자 괴물인 자본주의에 눈을 부라리는 것이 아니라 그따위 자본주의하고 비웃어버리는 태도일지도 모른다. 그 일을 페이스북 페이지 「오늘의 자본주의」는 해내고 있다. 여기에 철학이 없다거나 얄궂고 질 낮은 일이라고, 사소하다고 말하지 말자. 희화화는 해학과 풍자의 제거할 수 없는 상수이며, 이를 통해 민중은 늘 슬픔을, 분노를 승화시키고 이질적인 것을 만드는 힘을 획득하지 않았었는가. 그래서 듬뿍 존경을 담아 주목할 만한 광장에 「오늘의 자본주의」를 기쁘게 드리고 싶다.
평화를 품은 책
친구들과 깔깔대며 학교를 오가고, 기진맥진할 때까지 뛰어놀고, 배가 고프면 집으로 달려가 밥을 먹고, 주말이면 해가 중천에 뜨도록 늦잠을 자고... 일상이 위협받지 않는 평화로운 삶..하지만 평화는 그냥 주어지지 않는다. 평화라는 말을 ‘되찾다’, ‘지킨다’, ‘만든다’ 같은 낱말과 함께 사용하는 우리의 언어습성이 증명하듯이 평화는 ‘주어’에 해당하는 이들의 의지와 행동을 전제로 존재한다. 왜냐 하면 평화의 맞은편에는 늘 권력자, 권력집단이 으르딱딱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평화를 품은 책>은 이 의지와 행동을 가진 ‘주어’들 중 하나이다. 이렇게 판단하는 까닭은, 평화를 강탈당하고, 인권을 유린당한 기억은 참담하나 <평화를 품은 책>은 이를 책으로 펴내 사람들이 기억하게 함으로써 평화를 지키고자 하기 때문이다. <평화를 품은 책>은 상업적 출판보다는 힘들더라도 평화·인권·환경을 주제로 책을 펴낸다. 그동안 오키나와 전쟁 당시 희생된 주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오키나와의 목소리》, 야누쉬 코르착과 아이들의 실제 이야기인 《바르샤바 게토의 마지막 공연》, ‘제주4·3’을 담은 《나무 도장》과 한국전쟁기 민간인 학살 사건을 다룬 《제무시》, 평화를 쉽고 다양하게 고민할 수 있는 《평화 책》, 계엄군 총 M16 입장에서 5·18민주화운동을 풀어낸 그림책 《씩스틴》 등을 출간했다. 평화를 지키고 이루는 첫걸음은 평화를 해쳤던 역사를 기억하는 데에서 비롯된다는 신념으로 일하는 이들을 <레드 어워드- 주목할 만한 광장>으로 선정한다.
2019 레드 어워드 선정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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