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한 마음으로 ‘레드어워드’ 결과를 전합니다
“예술, 세상을 바꾸다”
지난 2월 27일 저녁, 한국에서 가장 편파적인 시상식인 제3회 ‘레드어워드(Red Awards)’가 반-세계인의 주목을 받으며 서울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체실리아홀에서 열렸습니다. 많은 당원들과 시민들 그리고 예술인들이 함께 한 가운데, 용산참사를 다룬 <두 개의 문>으로 유명한 김일란 감독이 사회를, 훌륭한 싱어송라이터인 윤영배 님과 이효정 님이 축하공연을 맡아 아름다운 장면을 만들어주셨습니다. 그날의 훈훈하고 감동적인 풍경은 노동당의 지면에 실릴 스케치 기사를 통하여 다시 전해질 것입니다.
28인의 전문선정위원들과 354분의 네티즌들이 함께 후보들을 추천하고, 오랜 토론 끝에 수상작을 선정했습니다. 그렇게 스물일곱의 최종후보들 중에서 수상자/수상작은 열 한 작품/사람들이었습니다. 상투로써 쓰는 말이 아니라 모든 후보들이 주인공이며 여러분께 권하기도 하는 바입니다. 시상식을 마친 후 노동당 문화예술위원회 페이스북 페이지(www.facebook.com/art.laborkr)를 통하여 결과를 전했고, 노동당 홈페이지 사진게시판(www.laborparty.kr/bd_photo_bbs/1565346)에도 현장의 모습들을 공개했습니다. 공식 공간인 당원게시판에 정식으로 발표하고 바로 감사의 인사를 남기는 일이 늦어져 송구합니다.
매번 가진 것 없이 준비하는 ‘레드어워드’는 이번에도 오병이어의 기적과 같은 도움으로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행사를 전후하여 단 며칠이라는 짧은 기간에 당원과 예술인들께서 후원금(사전/사후후원+현장후원+회비)을 90만원 가까이 모아주셨습니다. 이외에도 행사를 위한 기본사업비 역시 부문위원회 활동당원들이 2013년부터 당비에 보태어 추가적으로 공동적립 중인 무지개기금으로 지원했습니다. (문화예술위원회 회원들께는 상세한 정산보고를 드립니다). 우리 당원들은 뜻이 있고 동기부여가 되는 일이라면 기꺼이 힘을 모아낸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부터는 수상자와 수상작을 소개하는 글입니다. 네 번째 ‘레드어워드’는 2016년 벽두에 다시 돌아옵니다. 앞으로는 시상식만이 아니라 1년 내내 좌파문화를 엮어내는 매듭으로 새롭게 태어날 것입니다.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 제3회 ‘레드어워드’ 수상작과 선정의 변 》
르포: 여러 작가들 <섬과 섬을 잇다>
르포 부문 수상작 <섬과 섬을 잇다>는, 쌍용차, 밀양 송전탑, 재능교육, 콜트·콜텍, 제주 강정마을, 현대차 비정규직, 코오롱 등 세상에서 밀려나 섬처럼 고립된 채 싸우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만화 르포입니다. 만화가와 르포작가가 짝을 이루는 공동기록방식을 통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며 여전히 싸우고 있는 우리 이웃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하는, 섬처럼 외롭게 떨어져 있는 곳들을 이어주자는 ‘섬섬프로젝트’의 첫결실입니다. 이후의 작업에서도 고립된 섬을 우리와 이어주길 바라며 이 상을 드립니다. 축하드립니다.
사진: 이상엽 <변경 지도>
다큐멘터리 사진가 이상엽의 <변경 지도>는 자본에 의해 변경으로 밀려난 땅과 사람들로 우리를 안내합니다. 7년 동안 제작한 이 지도에서 그가 변경을 드러내는 방식은 총체적이어서, 종으로는 비무장지대로부터 평택 철탑 투쟁현장, 강정 해군기지 건설 반대 투쟁현장에 이르고, 횡으로는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투쟁현장에서부터 4대강 파괴 현장, 진도 팽목항에 이릅니다. 덕분에 우리는 자본에 의해 폐허가 된 변경만이 아니라 자본에 저항하는 진지가 된 변경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14년 팽목항의 4월 16일에서 1917년 핀란드역의 4월 16일에 이르는 길을 모색한 그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이 상을 전합니다. 축하드립니다.
영화: 김수목 <니가 필요해>
영화 부문 수상작인 김수목 감독의 <니가 필요해>는 비정규직 노조의 기나긴 시간을 기록한 영화로서, 비정규직의 불안과 그들의 불안을 이용하려는 사측과의 관계 그리고 그 불안으로 인해 갈등을 겪게 되는 노조 내부의 이야기를 가깝게 전하고 있습니다. 인간다운 삶을 꿈꾸며 선택한 길. 그 길을 최선을 다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음악: 스카웨이커스 [Riddim Of Revolt]
음악 부문 수상작인 스카웨이커스(Ska Wakers)의 리딤 오브 리볼트[Riddim Of Revolt]는, 자메이카 산 스카의 음악 스타일과 저항정신을 온전히 담아낸 작품입니다. 8인조 밴드인 스카 웨이커스는 부산에서 8년 동안 활동하면서 ‘공간 루츠’까지 운영하는 지역밴드이자, 스카가 내포한 저항정신을 그대로 녹여내며 사람들을 ‘흥겹게’ 선동하는 거리의 밴드이기도 합니다. 그들의 이 작품은 한국사회의 오늘과 청년문화의 내일을 보여주는 결정체입니다. 축하드립니다.
만화: 지늉 <멀리서 보면 푸른 봄>
만화 부문 수상작 <멀리서 보면 푸른 봄>은, ‘3포인생’, ‘88만원세대’라 불리는 20대들의 그린 작품입니다. 청춘이 겪는 절망은 절망대로 공감하면서 그안에서 스스로 찾아가는 진짜 희망을 그린 작품입니다. 2014년 4월부터 다음웹툰에서 연재되며 많은 호응을 받고 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연극: 이양구 작, 전인철 연출 <노란 봉투>
연극 부문 수상작 <노란 봉투>는 노조 손배소 문제와 세월호 사건을 안산이라는 공간성을 중심으로 정서적으로 직조하여 시대의 감성과 연극성을 살려서 표현한 작품입니다. 극중에서 현실의 인물들이 실제 출연하는 장면에서는, 이 공연이 어두운 극장에 고립되어 일어나고 있는 일이 아니라 “지금” 일어나고 있는 “현상”에 대한 일이며 관객이 직면하고 있는 현실이라는 점을 지속적으로 환기시키는 미학적인 노력으로 평가받을 만합니다. 축하드립니다.
미술: 신주욱 <세월호 가족과 걸개그림 그리기>
미술 부문 수상자인 신주욱 님은 홍대 인근 골목을 누비며 벽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앞에 폐막걸리 병으로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기도 하고 밀양의 어느 논바닥 위에 짚단묶음 위 사람들의 얼굴을 그리며 이땅에서 쫓겨난 사람의 삶을 드러내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해오셨습니다. 특히 세월호 참사를 알리는 모든 홍보물의 상징이 된 티셔츠 제작, 광화문에서의 그림을 통한 1인시위, 유가족과의 공동미술작업 등 일련의 미술작업을 통해, 무겁고 아프고 처참한 현실 앞에 분노와 놀라움에 무기력 하던 사람들의 틈을 비집고 나와,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는 진실을 널리 알리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퍼포먼스: 세월호연장전 참가자들 <304개의 책상>
<304개의 책상> 퍼포먼스는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이를 통해 한국사회의 근본적인 변화를 고민하는 예술인들의 1차 '연장전' 프로젝트의 하나로 2014년 11월 15일 광화문광장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세월호 희생자를 상징하는 빈 책상을 이용한 탑 쌓기 퍼포먼스는, 참가자들이 탑을 쌓아가는 과정을 통해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었습니다.
안티레드: 서북청년단
우리사회의 진보와 양심을 거스르는 사람에게 주는 안티-레드는 <서북청년단>에게 돌아갔습니다. 해방 직후 약탈과 폭력을 일삼으며 무자비한 살상을 주도했던 극우 반공단체 <서북청년단>이 2014년 재건되고 있다는 것은 이 사회가 이념적 광기와 사적 폭력이 지배하는 시대로 퇴행하고 있다는 징표가 아닐까 합니다. 더 이상 역사를 거스르지 않고 하루 빨리 해산하기를 조언하면서 <서북청년단>에게 안티 레드 어워드를 하사합니다.
신인상: 이효정
신인상 수상자인 이효정 님은, 수년 동안 미국에서 체류하면서 첫 번째 앨범 [상처 난 손가락]을 발표한 재즈 싱어송라이터입니다. 이 앨범에는 일을 하다가 생긴 상처가 아물 틈도 없이 일하는 노동자를 그린 <상처 난 손가락>을 비롯하여, 제목부터 남다른 <파업>,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을 소재로 한 <소금꽃 나무> 등이 담겨 있습니다. 이국의 땅에서 재즈와 사회의식이 자연스레 만나는 풍경을 그려냈습니다. 앞으로의 음악활동이 더욱 기대되는 이효정 님에게 신인상을 선물합니다. 축하드립니다.
특별상: 권문석, 박정훈 <알바들의 유쾌한 반란>
특별상 수상작 <알바들의 유쾌한 반란>은 알바들의 노동실태를 폭로한 ‘알바연대’와 알바도 노동자임을 조합 결성을 통해 주장하고 몇 차례에 단체협상까지 마친 ‘알바노조’의 주장과 활동을 생생히 담고 있습니다. 이 책을 기획한 고 권문석 님은 알바연대와 알바노조의 활동가로서 묵묵히 활동하던 분입니다. 2013년 6월 2일 갑작스런 죽음으로 영원한 ‘알바들 의 대변인’으로 남게 됐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저자 박정훈 님은 2013년 ‘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선언하고 수감 중이십니다.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레드 어워드 특별상을 드립니다.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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